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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뭐냐고

 

증명해보이고 싶었다.

단순한 마음으로

시작하지 않았다는 것을.

그래서 이젠 아니라는 소리를 듣고도

끝이 나버렸다는 것을 알면서도

264일간 다른 사람 쳐다보지도 않고

240일간 내내 두 손을 모았다.

적어도 1년은 기도해야하지 않을까

그때의 내 마음이 진실이라면

언제까지든 혼자여도 괜찮지 않을까

힘들어지는 날마다

외로워지는 날마다

다시 마음을 부여잡았다.

 

그러나

언제나 내게 돌아오는 건

미안하다는 말뿐.

미안하다느니

내겐 과분한 인연이었다느니

얼마간의 진심도 있겠지만

결국은 받아주지 않을거라는

그 자신의 다짐일 뿐.

돌아선 사람들이 으레 해대는 말.

 

내가 얻은 건

100일 동안 108배로 생긴

무릎에 튀어나온 혈관 만이 아니었다.

겉으로는 속이 없는 철부지 아이처럼 행동했지만

마음은 너덜너덜 누더기가 되어있었다.

혼자 있을 땐 언제라도 곧 울 것 같은 얼굴,

슬픈 노래만 들으면 다 내 마음만 같고,

핸드폰 액정의 사진에 입을 맞추고

그래도 행복하다 생각하려 했다.

 

누군가 절대 만나서는

안되는 인연이라 했었다.

그런 말 따윈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 말이 틀렸다고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다시 마냥 행복해질거라고

남들의 시선 따윈 문제되지 않는다고

항상 천국같았던 날들이 다시 올거라고

그 말이 틀렸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결국 나는 "집착"이 되어버렸다.

좋은 말로 하면 "애착"이겠지만,

중3짜리에게 "집착이 강하시다"는 말을 듣고

화나 나버렸다.

화가난 건 그애에게가 아니라

내 자신에게 였다.

어린 사람에게 그렇게 보일 정도라면

남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와 상관없이

"객관적인 사실"일테니까.

알고는 있었지만...

인정하지 않으려 했었다.

 

처음 사랑은

온데 간데 없어져버렸는지도 모른다.

매일같던 두근두근 설레임이라든가

아무때나 피식- 하고 터지는 웃음이라든가

행복한 마음대신에 자리잡은 건

액정 사진에 뽀뽀하는 버릇,

버스를 타면 내 옆에서

내게 머리를 기대고 있는 그녀의 환영,

꾹꾹 참았다가 보내는 문자...

 

시간의 먼지가 내려앉아

점점 희미해져가는 기억들을

부여잡는 일들이었다.

당신이 잊어버려도

온세상이 다 알지못해도

적어도 나는

기억해야 되는 것이 아니냐며

그렇게 매일 잊지 않으려고 기를 썼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돌아올거라고

과거로 다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라고

아무리 마음으로 외쳐도

결국 소리도 없는 외침,

메아리도 없는 외침일 뿐이었다.

 

어느 날인가

그녀가 죽었다고 생각하자 싶었다.

정말이었으면 어쩌면 따라죽었겠지만

죽어버릴 수도 없는 상황이니까

마지못해 하루하루 살아가는 거라고

이제 다른 세상에 가버린 사람을 그리며

가슴에 간직하고 추억하며

그렇게 혼자여도 된다고

여전히 소설을 써내려갔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들을

그렇게 보내면서

당신이 소중한 만큼 그래도 될거라고 우겼다.

내가 잘못한 만큼 아파하면

그래도 언젠가

구우일모같은 희박한 가능성이겠지만

혹시 돌아와주지 않을까

내 눈물을 닦아주고 날 안아주지 않을까

날 위로해주지 않을까

날 다시 사랑해주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더이상 울고 싶지 않다.

더이상 해어질 가슴도 남아있지 않은 것 같으니까

이러다가 정말 어떻게 되어버릴지 모른다는 불안감.

고아였다면 달랐을지도 모른다고 늘 생각해본다.

인연으로 맺어져서 상처 주지 말아야할 사람들이 있다는 건

이 세상을 그래도 살아가야 하는 이유.

 

다시 설레이고 싶다.

다시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싶다.

그냥 슬퍼보이기가 싫어서

억지로 지어대는 웃음이 아니라

마음 속에서 우러나와서

자연스레 지어지는 그런 웃음 짓고 싶다.

 

변명일까?

결국은 이렇게 포기해버릴 걸 알았다고들 할까?

시간이 지나면 그렇게 다들 잊혀지고 잊는다고 하면서...

 

하지만

그게 변명에 불과할지라도 어쩔 수 없다

어쩔 수 없다고 말해두고 싶다

내 자신에게 단단히 각인시켜 주고 싶다

아니라고 이젠 그만 하라고

그만 울라고

그만 쳐울라고

그게 뭐냐고

그게 사랑이냐고

그게 행복이냐고

그게 뭐냐고

 

그래, 이 순간만 마지막으로 울자고.

다시는 울지 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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